오늘은 라면도, 밥도, 떡도 아닌 죽을 먹었어요. 뭐랄까, 평소에 자주 먹는 음식들은 전혀 당기지 않더라고요. 이상하게 속이 좀 편안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럴 때 딱 생각나는 음식이 바로 죽이죠. 따뜻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그 맛이 갑자기 간절해지더라고요.
죽은 사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정성스러움이 느껴지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특별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고, 아플 때나 힘들 때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 죽을 끓이면서 약간의 의식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아무 이유 없이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냉장고를 열어보니 재료가 별로 없더라고요. 하지만 다행히 쌀은 항상 있으니까, 간단하게 소금만 넣고 끓였어요. 원래 죽을 만들 때는 재료가 다양하면 더 맛있겠지만, 오늘은 그저 담백한 게 먹고 싶었어요. 뭐, 사실 죽이라는 게 원래 그렇잖아요. 너무 많은 맛이 섞여 있으면 그 부드러움이 가려질 것 같기도 하고요.
쌀이 끓는 동안, 부엌에 퍼지는 그 은은한 냄새가 참 좋았어요. 뜨거운 수증기 속에서 쌀이 부드러워지면서 만들어내는 고소함. 그 순간만큼은 딱히 다른 건 필요 없었어요. 그냥 그 냄새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른 것 같았어요. 죽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는 음식인 것 같아요.
완성된 죽을 그릇에 담고, 김을 살짝 뿌려서 한 입 떠먹었어요. 따끈하고 부드러운 그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속이 편안해지면서 온몸이 나른해지는 기분이었어요. 뭐랄까, 굉장히 포근한 이불 속에 들어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거창한 맛은 아니었지만, 바로 그 점이 오늘 저한테 딱 맞는 것 같았어요.
사실 죽을 먹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진 않았어요. 그냥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데 집중했어요. 평소라면 라면을 끓이거나 밥을 차리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곤 했을 텐데, 오늘은 달랐어요. 죽은 워낙 단순한 음식이라서 그런지, 그 단순함이 오히려 복잡한 생각을 멈추게 해줬어요.
그렇게 죽을 다 먹고 나니, 몸과 마음이 모두 한결 가벼워졌어요. 뭐랄까, 꼭 필요한 만큼만 딱 채워진 느낌이랄까요? 이런 날에는 뭘 더 먹거나 뭘 더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끔은 이렇게 단순하고 부드러운 음식이 우리에게 더 큰 위안을 줄 때가 있나 봐요.
오늘 하루는 죽과 함께 소박하게 마무리했어요.